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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話] 앗싸! 이경호 회장

기사승인 2021.02.24  14: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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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노래반주기 '매직씽'으로 세계타이틀에 도전

   
 

킬리만자로의 정상에서도 얼어 죽지 않는 표범!

가왕 조용필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비장하게 독백을 했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이경호 회장.

그는 지금, 킬리만자로보다 높은 산들을 넘고 넘어 제일 높은 봉우리에 가쁜 숨을 내려놓고 그 산줄기 끝까지가 한 눈에 보이는 바위에 엎드려 '킬리만자로'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남자도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사는 게, 그렇게 죽는 게? 꿈이었을까?

그는 애초에 초식동물로 태어난 게 아닐 듯 한데...

'앗싸!' 라는 감탄사를 운명적으로 껴안고 사는 그의 눈빛은 초식동물을 닮았다.

“경영학 공부를 했어요. 돈을 벌고 싶었지요. 1959년, 전남 광주에서 8남매 중 일곱 번 째로태어났으니까 생존이 무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 2년을 마치고 정글같은 세상에 뛰어 들었지요. '앗싸!' 는 운명적인 조우 였던것 같아요. 35년 전에 리듬박스라는 원시적인 반주기가 돈이 될 것 이라고 생각 했으니까요.”

딱 한번, 그 어려운 시절에 부모에게서 대학 입학금을 타낸 것이 지금도 미안타고 말하는 그는 전형적인 초식동물의 눈빛을 가졌는데 정글같은 비지니스 판에서 그의 걸음걸이는 맹수를 닮았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주)엔터 엔터미디어 회장 이경호라고 씌어 있었다.

회색빛이 나는 장발을 뒤로 당겨 묶고, 꽁지를 튼 그의 헤어스타일 때문에 눈발 나리는 아침,이삿짐을 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쉽사리 그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세워진 팔층짜리 '앗싸빌딩' 신사옥 앞에서 만난 그의 첫 눈빛은 초식동물의 평온함 이었다.

그러나 그의 걸음걸이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는 육식동물인 맹수를 닮아있다.

소리없이 민첩하게 세상을 딛고 앞으로 다가서는 걸음걸이와 담대하게 목표를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은 전형적인 맹수과의 특징이다.

소리없이 민첩하게 움직이는 맹수의 습성을 가졌지만 초식동물의 눈빛을 가진 남자. '앗싸' 로 상징되는 엔터미디어 이경호 회장의 캐릭터다.

회색이 도는 긴머리를 뒤로 묶어 내서 꽁지를 튼 머리 모양새와 경쾌한 캐주얼에 운동화, 그 운동화의 딴딴히 조여진 매듭을 보니 평생 누가 운동화 끈 대신 매어 줄 일 없는 야무진 남자다.

2003년에 '매직씽' 이라는 브랜드로 상장기업이 됐고 2011년에 운명적인 브랜드 '앗싸'를 인수했다.

“쾌속상승 중인 2013년에 갑자기 상장폐지가 됐어요. 그 뒤로 양복 벗고 운동화 끈 조여 매고... 아 머리요?신경 안쓰고 뒀더니 자꾸 자라서 묶어둔 거지요. 그게 익숙해지니까 나름 스타일이 됐어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업가는 꿈이 담긴 회사를 키워 상장사를 만들고자 한다. 상장을 한다는 건 ‘돈을 많이 번다’거나 ‘자산을 늘린다’와는 또 다른 가치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세상에서 인정하고 현금으로? 그 가치를 객관화 해준다는 건 특별한 사업가의 비전이다.

그는 40대에 '매직씽' 이라는 이름으로 그 꿈을 이루었었다.

그후로 '앗싸'를 인수했고 '앗싸' 는 삼성, 엘지 등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을 따돌리며 수직상승, '앗싸'를 노래방기기의 대명사로 확정했다.

물론 사람들은 잘 모르는 얘기다. 그런 쟁쟁한 기업들이 노래방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혼비백산했던 사실들을...

“당시에 우리를 벤치마킹해서 대기업들이 뛰어들었지요. 다 망했습니다. 저희가 다 이겼지요. 그렇게 기고만장 하고 있을 때, 정말 대마왕이 소리없이 나타나 단숨에 숨통을 막더라구요. IMF가 나타나고 키코가(KIKO,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치명타를 날리는 바람에 상장이 폐지되고.. 정말 맨발로 얼음벌판을 달리듯이 하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많이 달렸지요. 얼음판 위에서 달리지 않으면 얼어붙으니까요”.

'앗싸' 라는 감탄사로 세상을 지배하던 그는 이제 전 세계의 노래방기기 챔피언 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한지 오래다. 그러나 거기가 끝이 아니다. 어쩌면 노래방기기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지금, 전 세계 음원 30만 건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 노래반주기 '매직씽'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고, 업계의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독점적으로 확정해 가고 있다.

“이제는 혹독했던 얼음벌판을 자나서 자신과 직원들 먹고사는 일에는 걱정없는 회사가 되었으니 ‘은퇴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의 말은 아마도 거짓이지 싶다.

   
 

마곡에 세워진 앗싸빌딩 1층에는 공연과 공개방송을 제작을 할 수 있는 공개홀이 셋팅되고 있고 2층에는 방송국을 차릴 수 있는 수준의 제작 스튜디오가 만들어 지고 있다. 그리고 2층에 무상지원 조건으로 입주시킨 조직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

전국 4800명의 정회원이 소속된 '한국사단법인 가요강사협회(회장 박상훈. 교육생 수 연300만명)'와 유관 회사인 '코시아엔터'의 존재가 그러하고 새로 합류한 음악컨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IT회사들의 존재가 그러하다.

거기다가 '포시즌' 이라는 골프시뮬레이션 회사가 계열회사로 새로 출범해 선도 업체인 '골프존' 보다 훨씬 더 세련된 기술구현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은퇴는 무슨?'”했더니, “하하? 거짓말은 아니구요. 미국 올랜도에 친구랑 같이 ‘리타이어캠프’를 준비 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먼저 천당 가버려서, 혼자 남았으니 일이나 열심히 하기로 한거지요. 내친김에 하고싶던 건설도 시작 할 겁니다”.

리타이어 할 새도 없이 떠나버린 친구 얘기를 하며 잠시 허공을 보던 그가 '선문답'을 한다.

“혹시 , 예수의 혈액형을 아시나요?”

“난 같은 과가 아니어서, 잘 모르는데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는다. 어이없기는 서로 매 한가지. 혈액형은 왜? “아내에게도 똑같이 물어 봤어요. 성경책을 다섯 번이나 필사를 했다고 해서 예수에 대해 자세히 아는 줄 알았지요. 아내도 모르더라구요. AB형입니다. 성의에 남아있는 혈흔을 조사한 결과랍니다”.

헌데 뜬금없이 혈액형 이라니?

“저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요. 아내가 나보고 원죄가 있으니 무조건 회개하라 하길래 회개는 하지만 저는 원죄가 아니라 살아내면서 지은 죄를 회개 하는 편입니다. 나이들면서 유심론에 빠지기도 하고 반야심경은 깊숙이 공부를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예수에 대해서 궁금해서 묻기도 하고 공부도 해봤지요. 친구를 일찍 불러 갔으니 나보다 더 친해지겠지요”.

‘은퇴’에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예수의 혈액형’에서 ‘반야심경’까지 변화무쌍한 화제의 끝에서 다시 현실로..

“돈 제일 많이 벌었을때 얼마나 가져 봤는가” 물었다.

“개인적으로 1000억 쯤? 지금은 아니고요!”

그 정도 돈은 언제든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표정이 담담히 믿겨진다. 다시 정상에 오른 그와 마주 앉아 있으면 그의 몸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가 환청처럼 스며온다.

헌데 초식동물처럼 보이는 저 눈빛은 또 뭔가?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노래 속에 흐르는 표범의 무모한 자만이 그에겐 없다. 애초부터 눈쌓인 정상에서 얼어죽을 위인이 아니었던 거다.

그는 진짜로 알고 있었던 거다. 킬리만자로엔 표범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그 산 눈 덮인 정상에 올라 얼어 죽는 무모한 표범은 이제 없다는 걸...

서진수 기자 gosu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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