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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0味’... 와인을 만나다!

기사승인 2021.04.09  15: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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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V 한국와인기사단 김동준 총사령관과 함께하는 와인 이야기-2

   
KOV 한국와인기사단 김동준 총사령관. 영남이공대 교수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가도 향토성과 역사성을 지닌 음식들이 많이 있다. 상품성과 개성을 고려해 선정된 지역의 대표 음식들은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맛난 음식에 술이 더해진다면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오래전부터 술은 식사와 함께 하는 반주(飯酒)로 인식되어 왔다. 점차 조리의 과학화와 술이 다양화됨에 따라 음식과 어울리는 ‘술의 발견’은 중요한 귀결이 되고 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가리켜 ‘마리아주(Mariage)’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결혼’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음식처럼 반찬 중심의 문화와 와인은 정말 잘 어울리는 매칭이다. 왜냐하면 새콤달콤, 매콤함, 짭조름, 얼큰함, 시원함, 단백함, 싱싱함, 부드러움 등으로 표현되는 우리 음식의 특징은 와인의 맛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대구 10味’가 있다. 얼큰하게 개운한 맛 육개장(따로국밥), 저지방과 고단백의 고소한 맛 막창구이, 싱싱한 한우의 참맛 뭉티기, 멸치국물의 시원한 맛 누른 국수, 부드러운 콩나물과 매콤한 맛 복어불고기, 매콤달콤 볶음국수의 참맛 야끼우동, 맵싸하고 화끈한 맛 동인동 찜갈비, 싱싱한 채소와 해물의 맛 무침회, 식물성 만두소의 단백한 맛 납작만두, 얼큰한 국물과 수제비의 맛 논메기 매운탕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음식인 막창구이, 뭉티기, 납작만두와 어울리는 와인의 궁합을 찾아보자.

   
남부 프랑스 론지역의 지공다스 올드 와인(빈티지 1959, 1967, 1988 사진왼쪽부터)

먼저 ▶'막창구이'와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 막창은 원래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서 먹는 것으로 1970년대 초부터 유행했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돼지 막창도 즐겨 먹는 대중화 시대가 되었다. 막창은 아무리 잘 굽는다 해도 기름기가 일단 많다. 그러나 고소한 맛은 잘 유지되며 된장, 마늘, 쪽파 등이 들어간 특별 소스와 곁들여 먹는 것이 제 맛이다. 어울리는 와인으로 프랑스 론 지역의 시라(Syrah) 포도 레드 와인을 추천한다. 카베네 쇼비뇽 포도와 같이 무거움을 가지면서도 스파이시한 맛과 고급스런 향기를 가진 시라 포도가 제법이다. 특히 북부 론의 꼬뜨 로띠(Cote Rotie), 에르미타주(Hermitage)가 좋다. 와인에서 동물적 향미가 가득 풍기는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후추, 감초, 자두, 블루베리 등의 풍미가 깊어 막창구이와는 환상적인 궁합을 만들어 낸다. 혹시 시라 포도의 강한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남부 론의 지공다스(Gigondas), 샤토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와인도 좋다. 그르나슈 포도 베이스의 블랜딩으로 각각의 특징들을 살려 완전하고 부드러우며 둥그런 느낌을 준다. 꽃, 허브, 과일, 향신료의 풍미가 매우 다양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뭉티기'를 보자. 대구가 원조로 뭉텅뭉텅 썰어낸 한우 생고기를 말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 부위 일종인 사태 살을 쓴다. 일반적인 양념을 한 육회와는 차별적인 맛을 보인다. 무엇보다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 등을 섞은 특별 양념에 푹 담가 먹는 것이 특징이다. 싱싱하다는 것을 뛰어넘어 따뜻하고 쫀득하며 찰진 맛이 압권이다.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비오니에(Viognier) 포도의 화인트 와인을 추천한다. 소고기와 화이트 와인의 페어링이 낯설지 모르지만 비오니에는 담백한 생고기에 극치의 신선함을 더해줄 최고위 궁합이다. 특히 매콤하고 고소한 양념 소스와 함께 먹는 뭉티기와 가장 감각적인 청포도라고 극찬 받는 비오니에는 멋진 조화를 보여 준다. 샤도네이 포도의 탄탄한 기본에 부가된 관능적이고 황홀한 향기를 뿜어내는 포도가 바로 비오니에다. 산도가 낮지만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하여 기름진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인동덩굴, 복숭아, 멜론, 리치, 오렌지 등의 향기가 나고 실크처럼 부드러움을 뿜어낸다.

셋째로 ▶'납작만두'가 있다. 기존의 중국 만두는 느끼한 맛이 강한데, 식물성 만두소를 넣어 1960년 초에 처음 선보인 것이 납작만두다. 마치 아무 맛이 없는 것처럼 단백함을 느낄 수 도 있다. 당면, 양배추, 당근, 부추, 파 등을 넣는 듯 마는 듯 납작하게 하여 차별성을 주어 맛을 낸다. 얇은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한 번 삶은 다음 한 번 더 철판에 구워서 양념 간장과 함께 먹는다.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스푸만테)인 베네토(Veneto) 지역의 프로세코(Prosecco)를 추천한다. 포도 이름도 프로세코로 피노 비앙코, 피노 그리지오, 샤도네이 등을 블랜딩하기도 한다. 납작만두의 밀가루 맛, 구울 때의 기름기를 확실하게 잡아주고 매콤한 간장 양념과 함께 감칠 맛을 증가시켜 준다. 무엇보다도 시원한 스파클링의 기포와 구조감 있는 청량함이 놀랍다. 납작만두에 떡볶이, 매운 채소 등을 섞어 매콤하게 먹기도 하는데 프로세코가 제격이다. 프로세코 디 코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Prosecco di Conegliano-Valdobbiadene) 와인을 마셔보면 좋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은 최근 식음료 업계의 화두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어울리는 와인이 없다면 완벽한 것일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집밥과 혼술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음식의 배달에만 신경 쓰지 말고 와인을 매칭해 보자. 이미 소주와 맥주를 앞질러 와인이 증가세에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지역에 향토색이 짙은 음식은 얼마든지 있다. 오늘 추천한 시라 포도의 레드 와인, 비오니에 포도의 화이트 와인, 이탈리아 프로세코 스파클링 와인을 마셔 보자. 막창에 레드 와인, 생고기에 화이트 와인, 만두에 스파클링 와인의 조화가 얼마나 멋진가! 우리의 음식은 손맛에 있다고 한다. 손끝의 온도가 고기를 다룰 때나 반찬을 만들 때 음식의 적정한 맛에 변화를 주고, 결국 마음의 온기가 전달되어 우리 음식만의 고유성을 갖게 한다. 발효와 숙성의 최고 결정체인 와인이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효가 숙성을 만나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자.

서진수 기자 gosu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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