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동서(東西)와 고금(古今), 무대와 객석이 소통한 공연 ‘태평볼레로’

기사승인 2023.11.08  17:08:21

공유
default_news_ad1

- 재인청 태평무와 스페인 볼레로 춤의 환상적인 콜라보 '압권'

[공연리뷰]전통 미학의 반전과 현대적인 소통... 마음이 활짝 열리는 다원적이고 글로벌한 공연

   
▲ 사진=재인청춤전승보존회

과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재인청춤전승보존회(회장 정주미)가 주관한 ‘태평볼레로’ 공연이 지난달 28일(토)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펼쳐져 박수갈채를 받았다.

‘태평볼레로’는 순환과 반복의 두 축을 컨셉으로 한 공연이다. 모두 3막인 전체의 구성은 지구의 공전과 같은 순환으로, 11개의 종목 레퍼토리는 각기의 춤 속에서 지구의 자전과 같이 동어 반복의 춤사위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반복되는 일상이, 반복되는 사계가 우리의 일상과 일생을 변화시킨다는 스토리를 확보한다.

   
▲ 사진=재인청춤전승보존회

망자를 저편으로 보내는 의식으로 1막이 시작된다. 망자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우리들은 온 마음을 다하여 그를 보낸다.

동시에 우리는 이편에 남아, 남은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고 우리의 삶을 이어가는 절차, 곧 장례의식이 거행된다.

따로 해설자를 두지 않은 이번 공연은 자막을 통해 힌트를 제공했다. 1막의 부제가 ‘영원한 여정’이라 규정하여 우리는 예외 없이 죽는다는, 그래서 죽음의 반복 또는 이별의 반복을 각인시킨다.

첫 레퍼토리이자 독무인 ‘통곡춤’은 반복되는 앉은사위로, 두 번째 레퍼토리이자 군무인 ‘간다 간다 나는 간다’는 반복되는 동선만으로도 극심한 슬픔을 객석에 전이시키고야 만다. 생사의 길이 저편과 이편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지고 망자와 산 자가 약속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공존하는 의식, 객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이와 숨죽여 훌쩍이는 소통이 시작되고 있다.

2막에서는 본격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이 꿈꾸는 미래들을 다양하게 그려낸다. 다양한 꿈속에서도 2막의 첫 레퍼토리인 ‘아름다운 나라’로 춘 것은 막의 전환 역할만으로도 신선했다.

그리고 마지막 레퍼토리이자 다분히 공연 기획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명명인 ‘일상이 춤으로’에서는 경상도 민요인 ‘쾌지나 칭칭나네’를 반복과 변주를 극대화하여 춤음악으로 사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다. 이는 이번 공연의 백미인 3장의 ‘태평볼레로’를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장치로 손색이 없었기도 하거니와 객석의 마음을 활짝 여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 사진=재인청춤전승보존회

1막에서 조성된 이별의 아픔들이 순식간에 걷히고 객석을 신명으로 이끌었던 2막의 레퍼토리들이 출연자들에게도 유난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모양이다. 출연자의 한 사람으로 무대에 올랐던 김세철(대한민국 학술원 종신회원, 전 명지병원 원장) 씨의 분석은 출연자들의 연대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독무나 군무 모두가 신체기능 특히 균형과 유연성, 동작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비슷하지만 군무는 협동심과 사회성을 증가시키며 함께 원을 그리면 통일, 평등, 나아가 단합을 키울 수 있지요. 군무의 효과 변인에는 청각(음악을 들으면서), 시각(서로 마주 보면서), 촉각(서로 손을 잡으면서)이 있는데 그 중에 촉각이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연구 보고되었습니다. 일상이 춤으로 장에서 서로 손을 잡고(촉각) 원을 그리며 힘차게 돈 것이 객석과 무대를 더욱 하나로 단합시킬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사진=재인청춤전승보존회

이번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3막의 ‘태평볼레로’는 재인청 춤 태평무와 스페인 볼레로 음악의 콜라보가 환상적이었다.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에 비견될 작품이었다. ‘전무후무한 역대급 작품’이라는 찬사를 쏟아낸 객석의 황윤주(작곡,지휘) 씨는 볼레로 음악을 지휘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 고유의 멋과 서양음악이 이토록 잘 어울렸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제아이이예술단(줄타기)공연단을 이끌며 세계를 누비고 있는 홍성일 예술감독은 한국의 전통무용을 스페인 볼레로 음악에 절묘하게 매칭시키면서 이번 공연의 가치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이끌고 오는 반전이 있다. 그래서 예술적 가치를 그대로 가져가되 대중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답답하지 않았다. 마음이 확 열리면서 편안하게 흥겹게 소통이 되었다는 거다. 무엇보다 전통의 다양성 제고로 다원적이고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대단히 고무적이다.”

   
▲ 사진=재인청춤전승보존회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한 정주미 춤꾼은 “전래의 춤을 제대로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의 미학을 훼손하지 않고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춤을 개척하는 것 또한 우리의 사명”이라 한다. “그래야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묵혀 익은 전통의 향기가 객석으로 이끈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리 춤의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가 눈앞에 와 있음을 알 수 있는 공연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서진수 기자 gosu420@naver.com

<저작권자 © 트레블레저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