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풍경과 겨울바람이 부는 계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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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계방산 |
언제 부터인가 새로운 풍경을 보는 재미가 커졌다.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그마한 세상,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 겹겹인 산 그리메(그림자), 눈꽃과 상고대, 넘실거리는 운해, 산행은 더는 운동이 아니라, 신비로운 세상을 향한 탐험이자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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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흉흉한 시대가 오자 산행은 잠시 현실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됐다.가끔 깊은 산속에 들 때는 걱정을 덜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가득 담는 유일한 시간이 됐다. 가슴 깊숙이 빨아들인 공기와 함께 희망을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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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579.1m,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자 겨울 명산인 계방산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늘 운무가 넘나든다는 고개, 운두령으로 차를 몰았다.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고개 중 만항재 다음으로 높은 운두령. 인적 드물고 하얗고 포근한 시골 정경이 맞아준다. 구불구불 도로를 올라 산행 시작점, 운두령 쉼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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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4.1㎞ 정도만 오르면 된다.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고 해서 다섯 번째로 힘든 산이란 의미는 아니다.해발 1089m인 운두령에서 시작하는 산행이기에 거저먹는 셈이다.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에 등산 초보자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입구에서 아이젠, 스패츠를 부지런하게 착용하고 스틱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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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게 쌓여 발이 푹 들어가게 만드는 눈이 포근하고 겨울 공기는 상쾌했다. 얼마나 고마운지,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당연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은 야속하기만 한 코로나19가 주는 일말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물푸레나무군락 사이를 가로질러 호젓이 걸었다. 이 일대는 주목과 철쭉나무, 원시림이 군락을 이루고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서 자연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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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사이로는 파란 하늘이 커다란 퍼즐처럼 펼쳐졌다. 거대한 주목도 하나둘 나타났다. 그 옆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도 등장했다.마스크를 쓴 탓에 숨이 더욱 가빠졌지만, 그렇기에 더 천천히 느긋이 걸었다. “20분만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산객이 격려의 말을 건넨다.“산에서 내려가는 사람 말은 믿는 게 아니라던데,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장난스럽게 화답하니, 등산로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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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가 아름다운 게방산 |
모르는 이의 따스한 격려에 힘이 났다. 30분간 깔딱고개에 오르니 계방산 중간지점 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약 1㎞, 1시간이면 된다. 정상은 과연 이 일대 최고의 조망터였다. 계방산 주변 오대산을 비롯하여, 백적산(1141m), 태기산(1261m), 방태산(1436m) 등 높은 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너른 산줄기는 설악산까지 이어진다. 백두대간의 힘찬 산줄기가 우리를 지나고 있음에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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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와 상고대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
아름다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감상하는 힘이라고 한다. 자연은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나눠주는 게 다르다. 겨울답게 쌀쌀한 날씨 덕에, 상고대를 보면서 풍경에 큰 울림이 된 시간. 반짝이는 풍경과 겨울바람이 부는 계방산 정상에서 축 처졌던 마음을 고이 꺼내 다시 되잡아 보자. 묵직했던 마음의 무게만큼 자연의 나긋함과 따스함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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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 계방산(桂芳山)
전정문 기자 newsky1515@hanmail.net